종이 한 장의 차이
사람들이 명승부를 보면서 간혹 ‘종이 한 장의 차이였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나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용하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 종이 한 장의 차이는 과연 무슨 차이일까?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 때 흔히 확률을 물어본다. 그 승패의 확률은 어떻게 돼 ? 이길 가능성은 얼마나 돼?라고 물어본다. 그러나 그것은 집단 안에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을 때의 결과 값일 뿐 개개인은 그 통계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개개인에게 그 승패의 결과는 성공 또는 실패의 50% 확률의 게임이다.
여기서 종이 한 장 차이가 발생한다. 그 개인이 어떠한 승부에서 이길 확률은 50%에서 51%가 되는 순간 승부가 결정되며 우리는 한순간의 51%를 위하여 매일 같이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1%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이다. 비록 어떠한 승부에서 큰 차이가 나서 지게 되더라도 그것은 결과이며 시작은 항상 50% 확률로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면 50% 확률이라는 의미를 조금 다르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내가 아무리 자신이 있더라도 확률이 50%라고 생각하게 되면 자만심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내가 아무리 자신이 없더라도 확률이 50%라고 생각하게 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또 50%는 어쩐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을 떠오르게 한다. 중학교 시절 배웠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최선의 선 ‘중용’은 혈기가 왕성하던 시절에 그저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못한 어중간함으로 보였다면 세월이 지나면서 느끼게 된 ‘중용’ 현명한 삶 그 자체를 느끼게 했다. 치우침은 극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극과 극은 서로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궁극의 선이라고 하여도 인간의 다양성의 대한 포용이 없이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그것은 궁극의 선과 맞닿아 있는 어둠을 접하게 된다. 중용이라는 단순히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끝을 알 만큼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지혜가 없다면 가운 지점을 찾을 수 없다. 또한, 중용은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서로의 끝을 알고 가운데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균형을 잡을 수 없다면 중용을 지킬 수 없다. 또한 중용은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운데라는 의미는 양쪽 끝을 절단하는 구분점이 아닌 양쪽의 끝을 이어준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중용이란 지혜, 균형 포용의 3박자의 어우러짐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한 후에 나 또한 중용을 지키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이 종이 한 장 차이에 대한 글은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박신양을 보고 시작되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2화 마지막은 ‘자신에 말을 들어준 사람이 조변호사 밖에 없었다’는 피고인의 이야기를 들은 조들호(박신양)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면서 끝이 나게 된다. 그런데 이 마지막 표정에서 나는 종이 한 장의 차이를 느꼈다. 그 표정에서 조들호의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하였다. 마지막 부분이며 그냥 무심코 보면 드라마의 연출상 마지막 부분을 만들기 위한 단순한 클로즈업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드라마에서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드라마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그러한 마무리 표정으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배우는 얼마나 있을까? 세상에는 많은 배우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난 솔직히 누가 절대적으로 연기를 잘하고 못 하는지에 대한 차이를 잘 알지도 못한다. 대배우와 신인배우의 연기력은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만, 그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 수도 없으며 인기에 대한 후광효과 또한 연기력에 포함된다면 더욱더 그 차이를 알기 힘들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배우라면 미세한 차이도 신경을 쓸 것이다.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미세한 차이를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해온다.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는 정확히 언제 인지는 사람인지라 알 수 없지만, 언제가 드러나게 된다. 나는 여기서 박신양이라는 배우를 칭찬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박신양이라는 배우는 연기를 위해서 매우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 노력에 대한 값어치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즉, 박신양이라는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알만한 예시이며 결국에는 누군가 미세한 차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전부를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미세한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이다. 나는 이러한 종이 한 장의 차이를 위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루에 5시간을 노력하는 사람과 10시간을 노력하는 사람이 처음에는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은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 둘의 차이는 언젠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밝혀질 것이다. 이렇듯 종이 한 장의 차이는 50%의 확률을 1%로 만드는 것이지만 결국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그 1% 종이 한 장의 차이로 결정짓게 된다. 그 1%의 힘을 믿으며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